[늦어서 미안해요. 낮에 보내준 자료들, 이제야 확인했어요. 음, 일단 기존에 있었던 이변 케이스들과 대조 검토해봤는데, 이번 이변에 참고할만한 케이스는 딱히 없어 보여요. 오늘 수확은 좀 어때요?]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힘이 없다. 아마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뭇 이변 분석에 매달렸을 것이다. 필드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수십 건이나, 이를 백업할만한 랩 요원은 선하 한 명뿐이니 말이다.
얼마 전 특재과 창립 멤버 중 한 명이 랩을 나갔다. 증거 분석을 도맡았던 요원이었다. 그 뒤로 몇 번인가 인사이동이 있었으나, 사람이 적든 많든 실질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건 선하 한 명뿐이었다. 선하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진행되는 일이 없었고, 그렇다 보니 선하 혼자 랩에 살다시피 하며 일해야 간신히 소화가 가능한 정도다. 아마 몇 주째 집에는 발도 못 붙이고 있을 것이다. 아니, 사무국 밖으로 나간 적은 있을까. 결혼한 지 반년이 채 안 된 새신랑이 말이다.
[……그래요, 그래서 샘플 채취는 어려울 것 같단 말이죠. 알겠어요. 일단 이번 사건과 가장 유사한 이변 목록을 뽑아서 전송했으니까, 나중에 확인해요. 특수 능력 보유자는, 음, 아직 조사 중이에요. 주거지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이 몇 명 있어서 정확하게 알아내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거예요. 하루에서 이틀 정도.]
“응. 수고 많아.”
[란씽도요. 진전 있으면 다시 연락할게요.]
통화를 끝내고 메모한 종이를 코트 주머니에 넣는 사이 눈송이가 뺨에 닿았다. 겨우 눈이 그쳤나 싶더니만 기어코 다시 내리려는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녹은 눈은 미지근한 온기를 따라 흘러내렸다. 란씽은 손등으로 물기를 쓱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