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고, 또 이상하지 않은 세계. 그 곳을 벗어나면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이 서툰 청년은 보다 순수하고 솔직한 사람으로 돌아온다. (천 모델)은 인터뷰 시간보다 한참 일찍 카페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기자가 도착한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다가 테이블을 노크한 뒤에야 화들짝 놀라며 죄송하다고 웃었다. 웃는 얼굴이 낯설다고 말하니 사실 저도 그래요, 하고 넉살 놓게 맞장구를 친다. 카메라가 돌아간 동안에는 웃어본 적이 손에 꼽는다고. 그래서 자기도 모르고 평소에도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다고. 는 천 란씽에게도 (천 모델)에게도 기나긴 여정이었던 것 같다.
- 첫 드라마가 무사히 끝났다. 소감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시원섭섭하다.
- 그게 끝?
정말 어떻게 다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웃음) 연기자로서 얻은 성취감도 있고, 팬으로서도 많이 좋아했던 드라마가 끝나서 아쉽기도 하고……. 본업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주로 많이 든다. 하여튼 복잡하다(웃음)
- 드라마 는 어떤 작품이었나?
매주 TV 앞에서 시청자의 마음으로 한 시간을 보냈다. 나름 모니터링한다고 본 건데, 정신 차리면 드라마가 끝나있더라(웃음) 그래서 그냥 즐기며 봤다. 다 아는 내용인데도 정말 재밌었다. 팬으로서는 그렇고, 연기자로서는 내 세계를 넓혀준 작품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이쪽에 종사하는 한 이때의 경험이 많이 도움될 거 같다.
- 한 마디로 인생 작품이라는 뜻인가?
요즘 말로는 그렇다(웃음)
- 본인의 배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듣고 싶다.
글쎄, 지켜봐 주신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정이 간다. 천란씽은 작가님께서 내 화보 사진을 보고 구상한 캐릭터라고 한다. 날 캐스팅한 것도 작가님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청자인 나는 란씽을 가족이나 형처럼 느낀 거 같다. 물론 좀 답답하기도 했고(웃음) 걔는 너무 말을 안 한다. 하여튼 영화 같은데 많이 나오는 전형적인 힘 세고 과묵한 캐릭터 같다. 평소에는 공기처럼 화면에만 잡히다가 필요한 순간에 활약하는?
- 그러고 보니 스턴트맨 없이 액션씬을 소화해 화제가 됐는데.
평소에도 몸 관리 겸 운동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편이다. 무술도 여러종류 배워본 적 있고. 캐스팅되고 난 뒤로는 팔극권이랑 벽괘장도 배웠다. 어렵지만 재밌었다. 액션씬 찍을 때는 무술 감독님께서 알려주시는 대로만 하면 되니까, 큰 어려움은 없었던 거 같다. 사실 편집이 잘 돼서 그렇지, 나는 별로 한 게 없다. 나보다 다른 스턴트맨들이 많이 수고하셨지.
- 드라마를 찍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모델로서는 대중 인지도가 낮은 편이거든. 옛날부터 쭉 아껴주시는 팬들만 계셨는데, 요즘은 집 앞 편의점도 그냥 못 간다. 본업 쪽 일을 할때도 다른 분들이 드라마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매니저 형 말로는 팬카페 회원 수가 몇 배로 늘었다고 한다. TV 라는게 굉장하다 싶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 팬이라고 하니, (천 모델) 씨 팬덤 소문이 대단하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좋은 분들이다. 말했지만 오래전부터 나를 무척 아껴주신 분들이다. 데뷔 때부터 쭉 좋아해 주신 분들도 계신다. 팬카페 등지에서 직접 활동하진 않지만, 매니저 형을 통해 종종 그분들 얘기 듣곤 한다. 늘 힘이 된다.
- 이번이 첫 연기 도전이었던 만큼 많이 고생했을 텐데. 실제로는 어땠나?
당연히 어려웠다. 모델 생활하면서 연기 쪽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이런 기회로 하게 될 줄은 몰랐고, 여러모로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가장 어려웠던 건 대사나 사소한 몸짓으로도 감정을 표현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극 중 란씽의 대사가 적고 어눌한 편이어서 그런 면에서는 커버가 된 거 같고(웃음) 란씽은 나랑 닮은 점도 많고 이입하기도 좋은 캐릭터여서 생각보다는 빨리 익숙해진 거 같다. 선배님들 도움도 많이 받았다. 다들 내 부족한 점을 많이 도와주시고 채워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드리고 싶다.
- 동료 연기자들이랑 사이가 좋은 모양이다. 가장 친한 동료 연기자는?
필드 요원들(웃음)이랑은 두루두루 친하다. 지난 시즌부터 쭉 같이 연기해온 선배님들하고도 친한 편이다. (로테스트)선배나 (밴더위트) 선배는 말할 것도 없고, 랩의 (강) 선배, (막스) 선배도. 제일 친한 사람은 (이스트클리프) 선배님이랑 (채) 형일까. (이스트클리프) 선배하고는 같은 그룹이었던 적이 많았고, (채) 형은 일대일 씬이 종종 있었다.
- (채 배우) 씨면 빼놓을 수 없는 화제가 있다.
아, 역시. 각오하고 있었다(웃음)
- 각오가 돼 있다니 질문을 드려야지. 특별한 에피소드 같은 게 있나?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깜짝 놀랐다. 그럴 줄은 전혀 몰라서……. 내가 생각하고 연기한 천 란씽이란 캐릭터와 달랐다고 해야 하나, 송 작가님께는 죄송하지만,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그 둘이 그냥 친한 술친구인 줄 알았다. 정말로. 내가 이런 말 하면 안되는 건 알지만……, 둘 사이에 복선이나 감정선이 있긴 했는지 의아했다. 물론 그때는 그랬다는 뜻이다. 혼자 난리 나서 매니저형이랑 상대역인 (채) 형 붙잡고 한참 횡설수설하기도 했고. 지금 생각하면 두 분께 부끄럽고 죄송하다. 말하고 나니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닌걸(웃음)
- (채) 씨는 러브라인에 대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던데.
들었다. 형이랑 대화하고 나니 이해가 되더라. 근데 그건 선하가 란씽을 생각하는 감정이었고, 내가 연기하는 건 반대 방향이니까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 그 뒤로도 혼자서 많이 고민했다. 촬영 직전까지 영 감이 안 잡혀서 쩔쩔맸는데, 정신 차려보니 마지막 씬에서는 나 스스로 란씽의 감정에 납득 하면서 연기하고 있었다. 이해가 가니까 몰입하기도 쉬웠다. 생각해보니 아주 복선이 없지도 않았고, 뭣보다 (채) 형이 잘 이끌어줘서 가능했던 거 같다.
-복선이라면?
가끔 대본에 테이블 끝을 본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식으로 세세하게 지정해줄때가 있다. 그럴 때 그쪽을 보면 항상 선하가 있었다. 이번 시즌 들어서는 매화마다 그런 장면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었던 거 같다. 처음엔 별생각 없었는데, 나중에 가서야 그게 그거였구나 싶더라.
- 아까 팬덤 얘기를 했는데, 그 커플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그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아. 요즘 그런 게 트랜드라는 말은 들었다. 그 두 사람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껴주시는 팬들이 계신다면 나로선 그저 감사하다. 연기자로서 캐릭터가 사랑받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않나.
-본인 연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기랑 잘 맞는 것 같나?
이건 내가 말할 수 있는 게 아닌데(웃음) 천란씽이라는 캐릭터가 특수한 편이라 뭐라고 단정 지을 수가 없다. 얘는 처음부터 나랑 맞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으니까. 다음에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본다면 그때는 알 수 있을 거다.
-그렇다면 연기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 있다는 뜻인지? 있다면 욕심나는 연기나 역할도.
연기는 아직 고려중이다. 만약 계속 하게 된다고 해도 바로 다음 작품을 맡진 않을 거다. 나는 란씽처럼 철인이 아니니거든(웃음) 천란씽이랑 정 반대 역할은 해보고 싶다. 어려워도 할 맛 날 거 같다. 연기라는 건 나를 벗어던지는 거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보고 싶다. 역할은, 글쎄. 모델만 아니면 아무래도 좋지(웃음)
-마지막으로 차기작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액션! 맨손 격투씬이 많은 액션 영화가 좋겠다. 때도 안무짜듯 동작 맞춰서 액션 연습하는 게 정말 재밌었다. 합이 딱딱 맞아들어갈 때의 쾌감, 이건 아는 사람만 안다. 정말로.
- 정말 액션 연기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맞다(웃음) 스턴트맨을 했어도 잘 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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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때는 몰랐는데 뭔가 어중간한걸... 인터뷰기사 보면서 썼는데도 이렇다 도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