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패러렐
내 주인, 선하는 약하다.
살도 근육도 없이 허여멀건하게 키만 쑥 커선 늘 풀조가리나 먹는다. 고기는 거의 먹지 않고 가끔 생선이나 한 토막 먹는다. 그렇게 먹으면서 사냥할 힘은 날까 싶어 내 몫을 조금 덜어주면, 왜인지 난처하게 웃는다. 그리곤 자긴 괜찮으니 많이 먹으라며 다시 내 앞으로 민다. 또 있다. 선하는 움직이기보단 앉아서 무얼 보는 게 더 즐거운 것 같다. 집에 있을 땐 늘 앉아서 그런 걸 본다. 번쩍거리는 기계상자나 종이나. (그것들이 나보다 더 재밌는 걸까?) 그래서 힘도 약하고 체력도 약하다. 선하랑 산책하러 나갈 때면 선하한테 맞춰 천천히 걷는다. 안 그럼 선하는 따라오지 못한다. 약해빠져선. 그래서 내가 선하를 지켜야한다. 선하는 약하니까.
그런데 요 며칠, 선하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다.
선하가 한 번 사냥하러 나가면 한나절이 넘게 걸린다. 어떨 때는 운 좋게 해지기 전에 들어오고, 또 운이 나쁜 날이면 해가 지고도 한참을 더 있다 들어온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은 으레 저장해놓은 식사가 있다. 선하가 주인이 아니었다면 진작 내가 나섰을 만큼 느리다. 그런데 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오늘도 선하가 잠깐 사이에 사냥에 성공해 돌아온다. 밖이 캄캄한데도, 긴 바늘이 한 바퀴밖에 안 돌았는데도. 물론 간식거리 정도밖에 안 되는 양이지만, 지난날들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장이다! 앞으로 더 능숙해지면 짧은 시간에 식사거릴 사냥해올 수 있을까? 그럼 지금보다 더 오래 놀 수 있을 텐데. 칭찬해주면 좀 더 열심히 하게 될까? 평소보다 더 많이 칭찬해주면 될까…….
*
도어벨 소리에 거실 구석에 느른하게 누워있던 란씽이 귀를 쫑긋거리며 다가왔다.
"란씽, 착하게 기다리고 있었어? 간식 사왔는데. 먹을래?"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사온 살코기 통조림을 눈높이에서 흔들자 란씽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선하와 통조림을 번갈아 보았다. 머리가 흔들릴 때마다 검은색 긴 꼬리가 좌우로 살랑거렸다. 마음에 들었구나. 머리를 쓰다듬으니, 란씽은 눈을 끔뻑거리다 선하의 손바닥으로 제 이마를 부볐다. 그리곤 손가락을 싹싹 핥는다. 어지간히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까슬한 혀가 훑고 간 자리마다 뿌듯함이 소소하게 스몄다. 선하는 얼른 간식을 내려놓고 란씽을 꼭 끌어안았다. 어깨 위로 란씽이 머리를 비비는 감촉이 느껴진다. 가슴팍에 기분 좋은 목울림이 닿았다. 내일도 간식 사와야겠다고,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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